자대 배치 첫날, 선임이 '딸기우유 사와' 했을 때
자대 배치 첫날, 긴장 속에서 선임에게 첫 심부름을 받은 이야기. PX까지 전력 질주하고, 딸기우유가 없어서 멘붕이 왔던 그 순간.
자대 도착, 그리고 "너 이리 와봐"
2021년 3월. 논산 5주가 끝나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 강원도 어딘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행정반 병장이 나왔다.
"몇 기지?" "300기입니다!" "아 ㅋㅋ 300기 왔네. 짐 들고 따라와."
생활관에 들어가니 2층 침대 8개가 빽빽하게 있었다. 냄새가... 군용 담요 + 발냄새 + 라면 국물이 뒤섞인 그 특유의 냄새. 훈련소는 이 냄새가 없었는데.
짐 풀고 있는데 분대장 상병이 왔다.
"야 신병."
"예!"
"PX 가서 딸기우유 하나 사와."
첫 심부름이다. 근데 문제는 PX가 어딨는지 모른다는 거다. 물어보기도 무섭고. 훈련소에선 조교한테 질문하면 됐는데 여긴 분위기가 다르다.
PX까지의 500미터가 5킬로처럼 느껴진 이유
일단 나갔다. 방향도 모르고.
복도에서 마주친 일병한테 "PX 어디입니까?" 물어봤더니 "아 저쪽으로 쭉 가서 왼쪽" 이러는데 그 '쭉'이 어디까지인지를 모르겠는 거임ㅋㅋㅋ
결국 건물 3개를 지나서 PX를 찾았다.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서 음료 냉장고를 열었는데.
딸기우유가 없다.바나나만 5개, 초코 3개, 흰 우유 2개. 근데 딸기가 없어.
멘붕 → 판단 → 선택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이 돌아갔다.
시나리오 1: "딸기우유 없는데요" 하고 빈손으로 간다 → "그래서 뭐 안 사왔어?" 소리 들을 확률 90%
시나리오 2: 바나나우유를 사간다 → "내가 딸기 사오라 했지 바나나 사오라 했냐" 소리 들을 확률 70%
시나리오 3: 딸기우유 + 바나나우유 둘 다 사간다 → 비용 1,600원, 리스크 최소
3번을 선택했다. 솔직히 신병 월급에 1,600원이 아깝긴 했지만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했다.
- 심부름 받으면 "혹시 없으면 다른 걸로 사올까요?" 라고 한마디 물어봐라. 이 한마디가 멘붕을 막아준다.
- PX 위치는 첫날에 반드시 파악해둬라.
- 현금 2~3만 원 정도는 들고 다녀라. 카드기 안 되는 PX도 있다.
결과
생활관으로 뛰어 돌아갔다. 딸기우유 + 바나나우유 두 개를 내밀었다.
"딸기우유 없어서 바나나도 같이 사왔습니다!"
분대장이 딸기우유를 집으면서 말했다.
"어 ㅋㅋ 센스 있네."
그 한마디에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첫 심부름 미션 클리어. 나중에 알게 됐는데, 중요한 건 우유 맛이 아니라 '빠르게 + 센스 있게 + 보고'하는 태도였다. 이게 자대 생활의 핵심이더라.
군대에서 첫인상은 진짜 중요하다. 첫 심부름에서 센스를 보여주면 선임들의 평가가 달라진다. 반대로 "없는데요" 하고 빈손으로 오면... 뭐 죽진 않지만 기분은 안 좋겠지.